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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11월을 보내며

11월을 보내며

기사입력 2022-11-30 14:45 수정 2022-11-3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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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떠나 보내기가 못내 아쉬운 듯 11월이 끝날즈음 비가 내렸다. 이 비를 깃점으로 겨울을 맞을까. 첫눈이 내린다는 절기 소설이 지난 22일이었다. 그런데도 눈은커녕 오뉴월 날씨처럼 한동안 푸근했다. 겨울은 어드메쯤에서 오는지 강변 둔치쪽 산책로에는 ‘철없는’, 혹은 ‘철 모르는’ 개나리가 여기저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개나리 뿐이 아니라 둘러보면 양지 바른 돌 틈에 철쭉 꽃망울도 간혹 올라오고 있다. 추위만 없다면 곧장 꽃을 피울 기세다.이상기후로 꽃피는 시기가 갈수록 빨라진다. 탄소 배출이 심해지고 고온현상이 지속되면서 식물들이 호르몬적 착각을 일으켜 시도 때도 없이 꽃을 피운다고 한다. 그야말로 철을 모르거나, 철이 없는 식물들이다. 현 수준으로 탄소 배출이 지속되면 금세기 후반엔 개화기가 한 달 가까이 당겨질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그렇게 되면 사계절 구분 자체가 희미해질 것이다. 

초겨울 개나리꽃이란 결국 기후위기로 나타나는 현상인데 바라보는 마음이 무겁다. 화려함을 뽐내며 알록달록하던 단풍은 모조리 낙엽이 되어 떨어졌다. 가을은 그렇게 낙엽 떨구는 소리를 남기고 우리와 작별을 고하는데. 수북이 바닥에 떨어져 뒹구는 노오란 은행잎들은 떠나는 가을이 아쉬운 이들에게 어떤 위로를 던져주고 갈까. 
11월이 간다. 감상에 빠질 새도 없이 어느 시인의 표현처럼 “살은 다 발라 먹고 뼈만 남은” 듯한 세월과 마주한다. 걸어온 길 모르듯이 내 가는 길도 알 수가 없다. 이게 삶이다. 

벌써 내년을 준비하는 달력과 다이어리 등이 나온다. ‘갓생’을 살겠다는 목표를 지금부터 세워야 내년의 1월 정도는 야무지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곧 11월 달력을 떼어내야 하는 시간이다. 그러면 12월 달력 한 장이 남는다. 벽에 걸 때만 해도 곳간에 그득한 양식 같던 한 해가 어느새 다 지나가는데 과연 그동안 알차게 살았는지 돌아보면 이제껏 뭘했나 하는 회한만 남는다. 회한은 반성과 자책으로 이어진다. 바쁘다는 말을 버릇처럼 달고 살면서도 무엇하나 제대로 해 놓은 것 없이 그렇게 남은 한달과 마주한다. 거창하던 아니던 연초에 세웠던 나를 위한 목표는 하나라도 달성했는지, 잘못한 거나 아쉬웠던 건 없는지 생각이 꼬리를 문다. 

이제 곧 12월이 가기 전에 새로운 달력이 벽에 걸릴 것이다. 걸릴 때는 길게만 느껴지는 한해도, 마냥 아름답고 화려할 줄로만 알았던 시간도 자연의 섭리앞에 여지없이 꼬리를 내린다. 
아마도 12월은 비온 끝의 매서운 추위로 시작할 모양이다. 팍팍한 삶을 살면서도 휴식은 필요하고 그런 것을 지나는 계절에서도 찾을 수 있는 지혜를 길러야 한다. 

그렇게 되면 ‘밥벌이의 지루함’을 잠시나마는 잊을 수 있으리라.
날은 차츰 쌀쌀해지고 계절은 우리네 곁을 떠나고 있다. 나목의 가지 아래에는 낙엽만이 바스락거린다. 앙상한 기억에 떨어지는 자존감. 문득 알고 지내는 사람들의 안부를 묻는다. 그들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위안이다. 내가 전하는 안부에 상대방이 행복하다면, 반대로 세상에 내 삶을 염려하고 잘 있느냐고 물어 오는 이가 있다는 건 정겨움을 넘어 큰 힘이다. 따뜻한 격려의 말로 서로의 가슴에 훈훈한 사랑의 꽃을 피웠으면 좋겠다. 

인디언의 달력처럼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달은 아니다. 주목받지 못하지만 묵묵히 제 길을 걷는 성실한 사람을 닮았다고나 할까. 비록 풍요롭고 아름다웠던 날들은 가고 스산하게 파고드는 겨울이 몸과 마음을 움츠려 들게 하지만 또 몸을 부비고 절절이 살아야 한다. 이 글을 읽는 이들이 남은 이 해의 한달, 부디 알차고 후회없는 삶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는 나날이길 기원한다. 12월과 겨울이 함께 오고 있다. 그러면 혹독한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고, 눈꽃이 필 것이다. 그렇지만 눈꽃이 녹으면 이 대지에는 다시 설레는 봄이 피어 오를테고 우리는 또다시 희망을 기다린다. 그 기다림이 우리가 겨울을 이겨내는 힘이다. 

ycinews (ycinews@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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